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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토황소격문-최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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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황소격문 (討黃巢檄文)은 고운 최치원 선생의 글로써,

최치원 선생의 문집 계원필경(桂苑筆耕)에 ‘격황소서(檄黃巢書)’라는 제목으로 전해진다 합니다.

 

당나라 말기인 당 희종(僖宗: 873~888)이 즉위한 이듬해인 875년에 황소(黃巢)라는 인물이 난 (875~884)을 일으킵나다.

황소의 난은 전형적인 환관들의 횡포와 수탈에 대한 농민들의 저항운동으로, 난을 일으킨 황소(黃巢)란 인물은 산동성 하택현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문무를 좋아하였으나 과거 시험에는 계속 낙방했다 합니다.

 

최치원 선생은 874년에 당나라에 유학가서 17세의 나이로 당나라 과거에 장원급제하였으나 외국인 신분이라 벼슬없이 지내다가

황소의 난이 일어나자 토벌총사령관 고병(高騈)이라는 장수의 휘하에서  종사관(從事官)이란 벼슬로 관직을 시작하였는데

이때 고병의 지시로 격문을 작성하였다 합니다. 

고병(高騈)은 간혹, 자료에 보면 고변으로 칭하기도 하는데 변(駢)과 병(騈)은 글자가 다릅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廣明二年七月八日 諸道都統檢校太尉 某官 告黃巢 夫守正修常曰道 臨危制變曰權

광명 2년(881) 7월 8일에 제도 도통 검교태위 고병(高騈)은 황소에게 알린다.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닦는 것을 도(道)라고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하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智者成之於順時 愚者敗之於逆理 然則雖百年繫命 生死難期 而萬事主心 是非可辨 今我以王師則有征無戰 軍政則先惠後誅

지혜로운 사람은 때에 순응함으로써 성공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치를 거스르는 것으로써 패하는 것이다. 
그러니 비록 백년의 수명에 죽고 사는 것을 기약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일은 마음으로 그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임금의 군사는 정벌을 하지만 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며 군대의 행정은 은혜를 앞세우고 죽이는 것을 뒤로 한다.

將期剋復上京 固且敷陳大信 敬承嘉諭 用戢奸謀 且汝素是遐甿 驟爲勍敵 偶因乘勢 輒敢亂常 遂乃包藏禍心 竊弄神器 侵凌城闕 穢黷宮闈

앞으로 기약하되 상경을 수복하고 참으로 또한 큰 신의를 펴고자 하여 삼가 천자의 명령을 받들어 간사한 꾀를 치우려 한다.
또 너희는 본디 먼 시골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문득 감히 강상을 어지럽혔다. 
마침내 재앙을 일으키는 마음을 품고 잠깐 신성한 권능을 희롱하고 도성의 궁궐을 침략하여 궁문을 더럽혔다.

旣當罪極滔天 必見敗深塗地 噫 唐虞已降 苗扈弗賓 無良無賴之徒 不義不忠之輩 爾曹所作 何代而無

이미 죄가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에 이르렀으니 반드시 패하여 땅에 으깨어지게 될 것이다. 
아, 요순 이래로 묘족과 호족이 복종하지 않았는데 양심 없고 무뢰한 무리이고 불의하고 불충한 무리이니
바로 너희들이 한 것과 같다. 어느 시대인들 없겠는가.

遠則有劉曜王敦 覬覦晉室 近則有祿山朱泚 吠噪皇家 彼皆或手握强兵 或身居重任 叱吒則雷奔電走 喧呼則霧塞烟橫 然猶暫逞奸圖 終殲醜類

멀리는 유요와 왕돈이 진나라의 왕실을 엿보았고 가까이는 안록산과 주자가 황실을 시끄럽게 하였다. 
그들은 모두 강한 군대를 장악하였고 또한 중요한 자리에 있어 호령을 하면 우레와 번개가 치듯 하였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자욱하듯 하였지만 오히려 잠깐 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끝내 추한 족류들이 섬멸되었다.

日輪闊輾 豈縱妖氛 天網高懸 必除凶族 況汝出自閭閻之末 起於隴畝之間 以焚劫爲良謀 以殺傷爲急務 有大僭可以擢髮 無小善可以贖身

햇볕이 활짝 퍼졌으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으며 하늘의 그물은 높이 쳐졌으니 반드시 흉악한 족속을 제거할 것이다.
하물며 너는 평민 출신으로 농촌에서 일어나 불 지르고 겁탈하는 것을 좋은 계책으로 알고 살상하는 것을 급선무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만 있고 속죄할 수 있는 작은 착함도 없다.

不唯天下之人 皆思顯戮 抑亦地中之鬼 已議陰誅 縱饒假氣遊魂 早合亡神奪魄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너를 드러내놓고 죽이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또한 땅속의 귀신들도 이미 너를 가만히 죽이려고 의논하였을 것이니
비록 네가 숨은 붙어 있어 혼이 논다고 하지만 벌써 정신은 달아났을 것이다.

凡爲人事 莫若自知 吾不妄言 汝須審聽 比者我國家德深含垢 恩重棄瑕 授爾節旄 寄爾方鎭 爾猶自懷鴆毒 不斂梟聲 動則齧人 行唯吠主

무릇 사람의 일이란 스스로 아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내가 헛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살펴서 잘 들어라.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덕이 깊어 더러운 것을 용납해 주고 은혜가 두터워 결점을 따지지 않아서 너에게 병권을 주고 지방을 맡겼거늘
너는 오히려 스스로 짐새의 독을 품고 올빼미의 흉한 소리를 거두지 않아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뜯고 가면 주인을 보고 짖는 개와 같다.

乃至身負玄化 兵纏紫薇 公侯則犇竄危途 警蹕則巡遊遠地 不能早歸德義 但養頑凶

이에 스스로 오묘한 임금의 덕화를 배반하고 군대가 자미성을 포위하여 공후 귀족들은 위험한 길로 달아나고
임금의 수레는 먼 지방으로 떠돌게 되었으니 너는 일찍 덕과 정의에 돌아올 줄을 모르고 다만 흉악한 짓만 늘어간다.

斯則聖上於汝 有赦罪之恩 汝則於國 有辜恩之罪 必當死亡無日 何不畏懼于天 況周鼎非發問之端 漢宮豈偸安之所

이에 성상께서 너에게 죄를 용서해 준 은혜가 있고 너는 나라에 대하여 은혜를 저버린 죄가 있으니 
반드시 머지않아 죽고 말 것인데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하물며 주나라 솥(왕권의 상징)은 물어볼 것이 아니요 한나라 궁궐이 어찌 훔쳐 머물 곳이겠느냐.

不知爾意 終欲奚爲 汝不聽乎 道德經云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너의 생각은 끝내 어찌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다. 너는 듣지 못했느냐. 
'도덕경' 에 말하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나기는 온종일을 갈 수 없다고 하였으니
천지가 하는 일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 하는 일이겠는가.

又不聽乎 春秋傳曰 天之假助不善 非祚之也 厚其凶惡而降之罰 今汝藏奸匿暴 惡積禍盈 危以自安 迷以不復 所謂燕巢幕上 漫恣騫飛 魚戲鼎中 卽看燋爛

또 듣지 못했는가. '춘추전' 에 말하기를 하늘이 아직 나쁜 자를 거짓 도와주는 것은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흉악함이 두터워져 벌을 내리려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죄악이 쌓이고 앙화가 가득하였음에도
위험한 것을 편안히 여기고 미혹하여 돌이킬 줄 모르니 이른바 제비가 천막 위에다 집을 짓고 막이 불타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드는 것과
물고기가 솥 속에 노닐면서 바로 삶아지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我緝熙雄略 糺合諸軍 猛將雲飛 勇夫雨集 高旌大旆 圍將楚塞之風 戰艦樓船 塞斷吳江之浪

우리는 뛰어난 군략을 모으고 여러 군사를 규합하여 용맹스런 장수는 구름처럼 날아들고 
용감한 사내들은 비 쏟아지듯 모여들어 높고 큰 깃발은 초나라 변방의 바람을 에워싸고 전함과 
누선은 오나라 강의 물결을 막고 끊었다.

陶太尉銳於破敵 楊司空嚴可稱神 旁眺八維 橫行萬里 旣謂廣張烈火 爇彼鴻毛 何殊高擧泰山 壓其鳥卵

도태위(진나라 陶侃)처럼 적을 쳐부수는 데 날래고 양사공(수나라 楊素)처럼 엄숙함이 가히 신이라 칭할 만하여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만리를 횡행하니 이미 이른바 타오르는 불을 널리 펴서 저 기러기 털을 태우고
태산을 높이 들어 새 알을 짓누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卽日金神御節 水伯迎師 商風助肅殺之威 晨露滌昏煩之氣 波濤旣息 道路卽通 當解纜於石頭 孫權後殿 佇落帆於峴首 杜預前驅

이제 금신(가을의 신)이 계절을 맡았고 수백(물의 신)이 우리 군사를 환영하는데 가을바람은 엄숙히 죽이는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이슬은 저녁의 번잡한 기운을 씻어주니 파도는 이미 잔잔해지고 도로는 곧 통하게 되었다.
석두성에 배의 벌이줄을 푸니 손권이 후군이 되었고, 현산 머리에 돛을 내리니 두예(진나라 장수)가 앞장을 섰다.

收復京都 剋期旬朔 但以好生惡殺 上帝深仁 屈法申恩 大朝令典 討官賊者 不懷私忿 諭迷途者 固在直言

서울을 수복하는 것은 기일을 넘긴다 해도 한 달이면 되겠지만 다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하는 것은
하느님의 깊은 인자함이요 법을 굽혀서 은혜를 펴려는 것은 국가의 좋은 제도이다. 
국가의 도적을 토벌하는 데는 사적인 원한을 생각지 말아야 하고 어두운 길을 헤매는 자를 깨우치는데는
진실로 바른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飛吾折簡之詞 解爾倒懸之急 汝其無成膠柱 早學見機 善自爲謀 過而能改 若願分茅裂土 開國承家 免身首之橫分 得功名之卓立 無取信於面友 可傳榮於耳孫

나는 한 장의 글을 날려서 너의 거꾸로 매달린 위급함을 풀어주려는 것이니 너는 미련한 짓을 하지 말고 
일찍 기회를 보아 좋은 방책을 세워 잘못을 고치도록 해라. 
만일 땅을 떼어 나누어 받아 나라를 열고 집을 보전하고 몸과 머리가 나누어지는 것을 면하며 뛰어난 공명을 이루기를 원한다면
얼굴 익은 벗들의 말을 믿지 말고 후손에게 영화를 전해 줄 것만을 생각하라.

此非兒女子所知 實乃大丈夫之事 早須相報 無用見疑 我命戴皇天 信資白水 必須言發響應 不可恩多怨深

이는 아녀자가 아는 체할 바가 아니요 실은 대장부의 일이니 빨리 (가부를) 알릴 것이요
쓸데없이 의심하지 말라. 
나는 하늘을 우러러 명을 받았고 믿음은 맑은 물에 바탕하였으니 말이 떨어지면 반드시 메아리처럼 응할 것이며
은혜가 많아지고 원망이 깊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或若狂走所牽 酣眠未寤 猶將拒轍 固欲守株 則乃批熊拉豹之師 一麾撲滅 烏合鴟張之衆 四散分飛

만일 미쳐서 날뛰는 도당들에게 끌리어 취한 잠을 깨지 못하고 마치 (범아재비가) 수레에 항거하듯이
어리석은 고집을 부리다가는 곰을 때려잡고 표범을 납치한 우리 군사가 한 번 휘둘러 쳐부수어서
까마귀와 솔개같이 날뛰던 무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갈 것이다.

身爲齊斧之膏 骨作戎車之粉 妻兒被戮 宗族見誅 想當燃腹之時 必恐噬臍不及 爾須酌量進退 分別否臧

너의 몸뚱이는 도끼날에 기름이 되고 뼈는 전차 밑에서 가루가 될 것이며 처자는 잡혀 죽고 종족은 주살될 것이다.
생각건대 (동탁처럼) 배를 불 때울 때를 당해서는 (사슴처럼) 배꼽을 물어뜯는 후회를 하더라도 미치지 못 할까 두려우니
너는 모름지기 진퇴를 헤아려보고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라.

與其叛而滅亡 曷若順而榮貴 但所望者 必能致之 勉尋壯士之規 立期豹變 無執愚夫之慮 坐守狐疑 某告

배반하다가 멸망하기보다는 어찌 귀순하여 영화롭게 사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다만 네가 바라는 바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니 장부가 할 일을 찾아 힘써서 표범의 무늬처럼 뚜렷하게 변하기를 기대할 것이요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을 고집하여 여우처럼 의심만 품지 말라. 
고병(高騈)이 고하노라.  


이상인데 최 치원선생은 가야산 학소대에서 신선이 되어 날아갔다는 전설이 있기도 하며, 부산의 신선대에도 흔적을 남겼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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