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래된 어플 몇 개 업그레이드 해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려놓고 잠시 쉬는 중에
신변잡기로 내가 겪은 얘기나 적어볼 까 합니다.
삼십대 중반에서 사십대 중반까지 한 십년 정도를 정말 미친듯이 오프로드 활동 하다가 어느 순간에 접었습니다.
오프로드 그만 둔 지도 벌써 십여년 전이네요. 그 무렵 직장인 밴드를 시작하기도 했고...
여느때 처럼 홈페이지 지역게시판에 번개모임 공지를 올렸습니다.
"경주 박물관 주차장에 10시 "
경주, 포항, 울산, 부산, 대구등 경상도 각지에서 모이는지라 야간 10시로 정해야 팀원들이 직장에서 퇴근 후
여유있게 모일 수 있습니다.
보통 밤9시, 10시에 모여서 야간 산행길 험로 주파하고 자정무렵에 펑퍼짐한 산 정상 부근이나 아니면
넓은 장소를 찾아 적당한 곳에 하산해서 모빌상태 점검하고, 찌그러진곳이나 부러진 곳은 없는지 확인하면서
라면을 끓여먹거나 고기를 구워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이런 저런 잡담하다가 새벽 1~2시에 헤어져서
각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새벽 3~4시경에 도착해서 잠시 눈 붙이고 회사로 출근하곤 했습니다.
갤로퍼는 주로 이너샤프트가 잘 부러지고 조향장치쪽에 아이들암이 잘 나갑니다.
저는 경주에서 프로펠러 샤프트가 부러져 뒷 바퀴로 동력전달이 안되서 4륜을 넣고 전륜만의 힘으로 조심조심
부산까지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만약 전륜 허브가 주행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고속도로에서 대형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사실, 갤로퍼 부품은 허브나 이너사프트등은 국산품을 사용하면 온로드에서는 평생 교환할 일이 없습니다만
오프로드를 하게 되면 이너 샤프트 지름이 약 4센티 정도되는데도 잘 부러집니다.
바위틈에 바퀴가 박혀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악셀을 밟으면 그 힘에 의해 조금씩 무리가 가 있다가 어느 순간 부러지는것이지요. 근데 일본서 들어온 이너샤프트는 잘 안부러집니다.
일본의 열처리 기술이 뛰어난 것인지 아니면 국산품은 무리없을 정도로 대충 열처리 하는지는 몰라도 당시에 갤로퍼로 오프로드를 하려면 국산품보다 일제를 선호하게 되어있습니다.
일본 열처리 기술을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고 허브도 국산을 넣어놓으면 언제 고장날지 몰라 불안불안 한데 일제 부품을 넣어놓으면 정말 마음편하게 안심이 됩니다.
또한, 갤로퍼1은 미쯔비시 파제로 부품을 그대로 가져와 조립한 모델이라서 갤로퍼 오프로드에서는 국산화 한 갤로퍼2 보다 구형 갤로퍼를 선호하는것도 사실이구요.
아무튼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초여름 이었습니다.
그날의 코스는 경주 박물관에서 출발해서 불국사를 지나서 입실에서 양남으로 넘어가다가 중간에 토함산으로 꺽어 올라가서 정상부근을 지나 입천계곡으로 나오는 비포장길 코스 입니다.
그 길은 나뭇가지가 양쪽에서 많이 우거져 있을 뿐 평소에는 튜닝하지 않은 순정 모빌도 관통할 수 있을 정도지만
비가 조금만 오면 길이 구덩이가 많이 파여있고 질퍽하기 때문에 튜닝하지 않은 모빌은 통행이 어렵고 튜닝모빌도
4륜을 넣어야 지날 수 있는 길 입니다.
그곳을 여러번 다녀 왔지만 그 곳이 그렇게 무서운 곳인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 인근에 사시는 분들의 얘기를 듣기 전에는 말입니다.
제 고향이 그곳에서 가깝기 때문에 고향에 계신분들을 통해서도 나중에야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만....
어떤 곳인가 하면,
어지간히 담력있는 사람도 밤에 혼자서 넘어가기 힘들다는 그런 얘기지요.
동네마다 있는 허깨비한테 홀렸다던가 하는 그런 무었인가가 나타난다는 바로 그런 얘기가 있는 그 장소 였던 겁니다.
낮에도 몇 번, 밤에도 몇 번 넘어 다녔지만 여러대의 모빌이 같이 움직이다보니 무서운 줄 몰랐던것 같습니다.
저는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무서워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설사 내 앞에 나타난다 해도 나에게 위해(危害)를 가할 수 는 없는 존재라는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폴터가이스터 현상으로 위해(危害)를 가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그런데 무서운 경우도 있습니다. 암튼..
주말에 1박2일로 야간 오프로드 모임시 같이 합류하지 못하고 회사일 때문에 혼자 뒤늦게 합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경우, 혼자 깜깜한 산속을 가야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모빌을 타고 집결지 까지 가는 경우도 있고 모빌 상태가 안 좋으면 초입에 모빌을 세워놓고 혼자 걸어서 산속의 야영지로 걸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다녀보면 달 없는 그믐밤이라도 하나도 안 무서운 곳도 있고, 모빌로 이동하는데도 유난히 음산하고 뭔가 튀어나올것 같은 곳도 있습니다.
바로 그날이 그랬습니다.
그날 저녁 모임장소에 모빌 다섯대가 모였고, 새로 나이든 신입이 한 명 왔습니다.
지역장인 제가 맨 선두에 서고 새로온 신입은 자신의 모빌은 주차장에 세워두고 다른 모빌에 탑승하고 다섯대가 나란히 출발합니다.
새로온 신입은 차 안에 CB, 즉 Citizen band(시티즌밴드)의 약자로 생활무전기 인데 무전기가 없기 때문에 운행중에 서로통신이 안되고 또한 험로를 멋 모르고 따라왔다가 튜닝되지 않은 순정상태로 진행이 불가 할 뿐더러 임도길 좌우로 뻗은 나뭇가지에 모빌에 긁혀서 잔기스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간혹, 주행 후에 짜증내면서 차에 기스난 것 물어내라 하는 신입회원도 있습니다.
미리 모빌 외부에 왁스를 발라주면 상처가 거의 안생기고 또, 비가 오는 날은 긁혀도 거의 상처가 없습니다.
뭐 오프로드 하는 차가 어지간히 긁혀도 신경도 안쓰지만 관리를 잘하면 늘 새차 같이 탈 수 도 있습니다.
CB용어로 자동차도 모빌(mobile)이라고 합니다. 움직인다는 거지요 ㅋ. 모빌의 유래는 다 아실것이고.
CB는 오프로드의 필수장비 중 하나 입니다. 온로드 주행 중에도 서행 하는 차를 추월할 때 선두에서 먼저 추월한 다음 "대항모빌 없으니 추월하세요" 하고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차가 없는 경우 무전을 날립니다.
구불구불한 길이 많은 경우 이렇게 인폼(information) 주고 받는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CB는 한 사람이 키를 잡고 말을 하면 broadcasting(브로드캐스팅)이 되는 것이라 거의 10키로 반경내에 같은 주파수에 맞춰놓으면 동시에 다 들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키를 잡으면 방송이 안되기도 하고 송출된 신호가 다시 자신의 무전기를 때려서 무전기가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각자의 콜사인으로 주고 받으며, 반드시 누군가 "over" 한 다음에 키를 잡아야 합니다.
그날은 무전기로 끝말잇기를 하며 진행하다가 입실에서 양남으로 넘어가다가 (이스트힐 CC 가는 방향) 토함산 쪽으로 꺽어지는 비포장길 초입에 다다르자 후미에서 두 모빌이 갑자기 돌아가겠다 합니다.
무서운 곳인지 알고있던 차에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니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급한 일 있어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토함산 초입에서 두 대는 돌아가고 제가 선두에 서고 그 뒤에 입담좋은 동생 L 과 나이많은(당시 50대) 신입을 옆에 태우고 맨 뒤에는 그 지역을 잘 아는 동생 H 이렇게 네 명이서 모빌 세 대가 진행 합니다.
포장도로에서 좌회전해서 울퉁불퉁한 산길을 넘어가는데 저 앞에 빨간불빛 하나가 깜박깜박 거립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전봇대에 매달린 작은 콘솔박스에 빨간불이 깜박거리고 있네요. 무슨 장치인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공포감을 느끼게 합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안개가 짙어서 시야는 3~4미터 밖에 안됩니다.
그나마 안개등을 안켜면 1미터 정도밖에 안됩니다.
양쪽에서 아카시아 나뭇가지들이 문짝을 스르륵 소리내며 긁어대고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는 일렁일렁 춤을 추며 지나가는데 갑자기 옆에서 무언가가 툭 튀어 나올것 같습니다.
무전기를 잡고 후미를 불러봅니다.
"H 카피!"
"예 카피됩니다. 형님" 하고 대답합니다.
장난기 많은 L이 무전기로 후미에 혼자 타고 오는 H를 놀려댑니다.
"H야 니 옆에 누가 타고있네 누고?"
제일 막내 격인 후미의 H가 대답합니다.
"허허허 L형님 오다가 한 명 태웠습니다.~"
"근데 지금 CB....좀.... 이상.... 합..다." 중간에 뚝뚝 말소리가 끊어 집니다.
"무전기 이상 없나?" 내가 불러보는데 대답이 없습니다.
전방에 시야는 양쪽의 아카시아 나뭇가지와 빗줄기 사이로 일렁이는 안개가 살아 움직이는듯 합니다.
갑자기 불빛에 놀란 토끼가 뛰어나와 이리저리 다니는게 보이더군요.
꼬불꼬불한 모퉁이를 돌고 나니 맨 후미에 불빛이 안 보입니다.
"H 카피!" 제가 다시 후미를 불러 봅니다.
"예,,형님, 잠시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 출발합니다. 계속 진행하십시오~" 합니다.
조금 더 모빌의 진행 속도를 늦추며 진행하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왁자지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또렷이 들리는 것은 아니고 서로 웅성웅성 대는데 무슨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갑자기 라디오가 켜졌나? 확인 해 보니 그것도 아닙니다.
이 밤에 누군가들 깊은 산속에 모여있나? 하고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전조등에 비치는 것은 최근에 만들어진 듯한 커다란 무덤하나 그리고 양 옆의 큰 망주석 두 개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조용 해 집니다.
잠시 모빌을 정지 해 보니, 엔진소리와 빗소리뿐 입니다.
다시 서행으로 후미에 무전을 날리며 진행합니다.
(잠시 주제를 벗어나서 무덤가에 망주석은 함부로 세우는게 아닙니다.망자의 혼이 놀러 갔다가 무덤으로 찾아오게 하기 위한 것이라 하는데 풍수에서 망주석은 조금만 기울어져도 집안에 큰 화가 닥치므로 풍수상 비보로 세운게 아니라면 세우지 않는것이 좋습니다.)
비가와서 움품움푹 빠지는 비포장길이라 순정모빌은 4륜을 넣어도 엄두도 못 내지는 길이지만
디퍼런셜안에 기어비 변경하고(torque토크를 좋게해서 힘이 있게 만듬) 바퀴 큰것을 바꾸고 차체 들어올려 튜닝된
모빌에게 그 정도는 포장도로나 마찬가지 입니디.
그럭 저럭 고개를 내려와서 평평한 곳에 자리잡고 모빌상태 점검하고 커피를 끓입니다.
위의 사진은 그 당시의 사진은 아니지만 산을 내려와 커피 마시던 같은 장소이고 사진 맨 오른쪽에 웃고 있는 사람이 당시 맨 후미의 H 입니다.
넷이 앉아서 커피마시며 으스스한 농담을 주고 받습니다.
그런데 커피 마시며 H가 진지하게 얘기 합니다.
평소와 달리 뭔가 있는것 같은 느낌에다 멀쩡하던 무전기도 이상하게 먹통이되서 통신도 잘 안되고
너무 무서워서 차를 세우고 양쪽 백미러 접고 라디오 켜고 오느라 잠시 뒤쳐졌다합니다.
차라리 뒤가 안보이는게 덜 무섭지요.
평소 그리 겁없는 동생인데...
커피를 마신 장소도 사방이 깜깜하고 인가가 있는 곳 까지 가려면 한 오분 더 가야 됩니다.
더 무서워 할까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던 소리 들었다는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그 후로는 별 탈없이 무사히 불국사 주차장에 신입회원을 내려드리고
세 명 모두 같은 부산방면이라 세 대가 나란히 내려옵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딱히 무전기로 할 얘기도 없고 조용히 전방만 주시하며 내려 옵니다.
정작 무서운 일은 그 후에 일어났습니다.
그것도 밤도 아닌 훤 한 대낮에 H의 집안에서 일어난 일 입니다.
지금부터는 H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 입니다.
대낮에 집에 있는데 당시 7살 짜리 아들이 무서워서 놀란 눈으로
"아빠!~ 아빠 뒤에 뒤에~~~" 하며 H의 등 뒤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자기품에 안겨서 우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더라는 겁니다.
7살 짜리 아이의 눈에 보였던것은
한 여인과 그 여인의 아이인듯한 꼬마가 손을 잡고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후, 도력이 높은 스님을 초청해서 그 여인과 아이의 영혼을 천도해서 내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그 무렵 어느 점을 잘 보시는 분께서 제가 야간오프로드 하는것을 다 아시는양
밤 늦은 시간에 다니면 좋지 않은일이 있을 수 있으니 다니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 일이 있은 후로 야간 오프로드는 완전히 접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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